[황명숙수상] 인연

가끔 사람으로 인해 지치고 힘들때 인연(因緣)과 악연(惡緣)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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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은 무엇이고 악연은 무엇일까요. 악연도 처음에는 인연인 줄 알고 우리들은 관계를 이어갑니다.
생각해보면 모르는 관계에서 이어지는 악연이란 없습니다. 인연인 줄 알고 시작된 만남이어느 한 순간에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악연이 되는 것을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하셨을겁니다. 저역시도 공동체 안에서 그런 사람을 만나 두고두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에서 겪었기 때문에 더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당시
저는 신앙을 가지고 산다는 것에 대한 회의와 가슴앓이를 심하게 겪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묵은 포도주처럼 오래도록 맺어오는 만남들이 있고 또 새로운 만남을 통해 인연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얼마전 제 컬럼을 열심히 구독하고 있노라며 만남을
청한 분이 계셨습니다. 만나보니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것 딱히 없는 제 이력에 비해 더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분이었습니다. 이렇듯 부족한 제가 구차하게 이렇게저렇게 꾸려서 쓰는 글을 보고 잘 읽고 있노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분들을 만날때 저는 부끄러움을 느끼고 이 부끄러움을 통해 좀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생각을 한 번이라도 더 다듬어 보게 됩니다.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놓으면 필요한 인연을 만나지 못해 어설픈 인연을 만나 그들의 삶에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지만 인간적인 필요에 의해 접촉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놓으면 좋은 사람을 마련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일로 결실 맺으며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그 것은 상대방에게 내가 쥔 화투패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과 다름없는 어리석음이다. 우리는 인연을 맺음으로써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피해도 많이 당하는데, 대부분은 진실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댓가로 받는 일이다.’

법정 스님의 <인연> 이라는 글인데 제게 하는 충고와도 같은 글이라 더 와닿아 소개했습니다.

어제는 25년 지기 친구와 로컬 맥주 회사인 Red Oak 에서 개최하는Oktoberfest 2019(스펠링이 틀린 것이 아닙니다)에 가서 독일 전통 의상을 입은 남녀 종업원들이 서빙하는
맥주도 한 잔 마시고 독일 밴드가 연주하는 곡에 맞춰 막춤(?)도 추고 왔습니다. 춤도 못 추는 제가 쭈뼛거리지 않고 무대로 나갈 수 있는 것은 나를 잘 아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었을겁니다. 인연이란 이렇게 이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이어지고 친구가 나보다 잘난 부분이 있어도 시기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며 같이 늙어가는 것, 이게 인연이지 싶습니다. 유명한 수필가 피 천득 씨의 글로 이달 컬럼을 갈무리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인연을 만나도 몰라보고, 보통 사람은 인연인 줄 알면서도 놓치고, 현명한 사람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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