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수상/ 가을 상념(想念)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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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기쁨을 나눴더니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눴더니 약점이 되더라’.. 몇 자 안되는 글이지만 많은 공감과 댓글을 얻은 글입니다. 흔히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전자의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오죽하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 인간관계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람이야 말로 믿을 수 있겠다, 싶어 속마음을 털어 놓지만, 결국은 그 사람의 입을 통해 말이 나가기도 하고 소문의 근원지가 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예전 에야 연예인들의 가십도 기자들을 통해서만 알 수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주변 인물들 입을 통해 소문이 납니다. 필자를 비롯한 주변에서도 말 때문에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교회를 안 나가기도 하고, 친하던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돼지는 하늘을 올려 다 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돼지의 목이 땅을 향하고 있어 기껏 높이 들어 봤자 45도밖에 들 수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돼지는 스스로 하늘을 올려 다 볼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런 돼지가 하늘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고 합니다. 그때는 바로 ‘넘어졌을 때’라고 합니다. 우리 삶에도 때론 넘어지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넘어진다는 건 다 이유가 있습니다.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파봐야 자기의 건강도 살피게 됩니다. 실수하고 부끄러운 상황에 닥쳐봐야 겸손을 배웁니다. 가정에도 문제가 생김으로써 상담도 하고 남의 말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겁먹지 맙시다. 넘어짐을… 나의 모습이 때론 돼지를 닮아 물질에, 권력에, 사람에 눈이 멀어 그것 만을 찾아 고개를 파묻고 땅만 파헤치고 있지는 않나 반성을 해봅니다. 넘어짐이 가져다 준 선물,’하늘’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넘어짐도 때론 감사입니다. 우리들은 날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갑니다. 예전에는 TV나 신문이 유일한 통로였지만, 컴퓨터를 거쳐 지금은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정보가 입력되고 또 지워지기도 합니다. 굳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전화기 안에서 웹 서핑이 가능하고, 카톡을 통해서도 많은 정보들을 서로 공유하게 됩니다. 윗글도 그렇게 받은 글이고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음미하고 싶어 소개해 보았습니다. 우리 모두는 관계,속에서 살아갑니다. 관계 속에서 위로 받고, 관계 속에서 상처받으며 사는 것이 우리네 세상살이라, 안 보면 속 편할 것 같아도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잘 쓰는 말 중에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이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것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 멀면 외롭고 너무 가까우면 상처받게 되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아침 저녁 공기에 희미하게 묻어오는 듯하던 가을 냄새가 무르익어 바야흐로 가을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자연을 통해 삶의 지혜나 이치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낙엽이 비처럼 차창을 향해 쏟아지거나, 거리를 뒹구는 모습을 보면 왠지 쓸쓸해 지기도 하지만 나무들이 왜 수분을 말려 잎을 떨구는가를 생각해 보면 한낱 나무가, 정규 교육 받은 나보다 낫다는 것을 인정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주변에 이런저런 이유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심모원려(深謀遠慮 깊이 고려하는 사고와 멀리까지 내다보는 생각)하지 못하고, 번드리 한 말로 포장하지만 결국은 본인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극히 이기적인 어떤 사람 때문에 제 마음은 때이른 겨울을 맞은 것 마냥 차갑게 식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을 이겨내야 봄을 맞을 수 있는 나무처럼, 넘어져야 하늘을 볼 수 있는 돼지처럼, 저 역시 지금 조금 더 인내하면서 지내다 보면 내일은 더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오늘을 살아보려 합니다. 이렇게 또 한 해의 가을이 깊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