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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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우리 모두는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을, 삶의 패턴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되기를 간절히 열망했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이어
보츠와나에서 발현해 남아공,네덜란드, 벨기에, 홍콩으로 확산된 <오미크론> 이라는
또다른 변이 바이러스의 위협에 직면한 연말을 맞고 있습니다. 높은 전염율에 비해
치명적이지 않다고 하고 백신도 곧 개발해 낼거라고 하지만 아직 정확한 데이타가
나온 것은 아니니 연말연시에 있을 각종 모임에서도 각별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추수감사절 때문에 왔던 아들들을 배웅하고 들어 왔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타주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아직은 결혼전이라 조금 더 먼 곳에 사는 동생이
형네 집에 들러 형제가 한 차로 와서 한 차로 떠났습니다. 교통 체증이 없이
넌스탑으로 간다면 7시간 운전하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살기 때문에 평균 한 두 달에
한 번꼴은 아틀란타에서 만나 식사도 함께 하고 얼굴을 보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제가
운전하는 것과 달리 장거리 운전을 해야 하는 아이들을 보내는 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60 먹은 자식도 노부모 눈에는 물가에 내어 놓은 아이 같다더니 그 말의 뜻을
지금에서야 알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7시간 거리를
배웅하면서도 마음이 이럴진대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미국으로 딸을 보내는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띄엄띄엄 한국을 방문했다가 훌쩍 떠나는 자식의 등을 바라봐야
하는 엄마 마음은 얼마나 슬프고 아팠을까,를 어머니 떠나시고 2년 뒤에 깨닫습니다.
16년 가까이 함께 살던 반려견을 떠나 보내고 아이들도 한 명씩 집을 떠나 이제는 빈
둥지가 된 집에서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데코레이션을 혼자 했습니다. 트리는
생략하고 간단하게 장식물만 올려놓는 것으로 올해 성탄 준비를 끝냈지요.
신앙인으로서는 인류의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의 탄생이 다가옴을 더없이
기뻐해야 하는데 왜 이맘때가 되면, 기쁨보다는 시간을 도둑맞은 것 같은 허탈함과
이룬 것 없이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쓸쓸함에 울적해질까요? 인생이라는 노트의 한
페이지가 될 2021년에는 그냥 ‘아무 일 없이 살아 남았다’는 한 줄을 써야 할 것
같네요. 아무리 돌이켜 보아도 이루어 놓은 일이 없어서요.

왠지 쓸쓸한 12월에 이 해인 수녀님의 시 한 편을 소개합니다.
또 한해가 가버린다고/ 한탄하며 우울해하기보다는/ 아직 남아있는 시간들을
고마워하는 마음을 지니게 해주십시오/ 한 해 동안 받은 우정과 사랑의 선물들/ 저를
힘들게 했던 슬픔까지도/ 선한 마음으로 봉헌하며/ 솔방울 그려진 감사카드 한 장/
사랑하는 이들에게 띄우고 싶은 12월/ 이제, 또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 곧잘 미루고/
작은 약속을 소홀히 하며/ 남에게 마음 닫아걸었던/ 한 해의 잘못을 뉘우치며/
겸손히 길을 가야 합니다/ 같은 잘못 되풀이하는 제가/ 올해도 밉지만/ 후회는 깊이
하지 않으렵니다/ 진정 오늘밖엔 없는 것처럼/ 시간을 아껴 쓰고/ 모든 이를
용서하면/ 그것 자체로 행복할 텐데…/ 이런 행복까지도 미루고 사는/ 저의
어리석음을 용서하십시오/ 보고 듣고 말할 것/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눈은 순결하게/ 마음은 맑게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 주십시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 오라, 새날이여~~!!

시구절처럼 이미 지나가버린 열 한달을 아쉬워하기보다 남아있는 한 달의 시간에
감사하며 그냥 살아 남았다,는 한 줄보다 더 의미있는 한 줄의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은
시간 노력해야겠습니다. 올 한 해 열심히 살아내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Merry Christm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