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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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허접한 취미생활중 한 가지는 다육이 기르기입니다. 오늘밤 갑자기 기온이 급강하해 영하7도(화씨 19도)가 된다고 하니 추워진 날씨에 패티오에서 노숙(路宿)중이던 다육이들이 냉해를 입을까 걱정되어 그린하우스에 넣어주고 들어와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독자 여러분들에게 보내는 올해의 마지막 글을 씁니다.
저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매해 이맘때가 되면 지나간 시간들에 대해 많은 후회와 아쉬움을 가지게 됩니다. 고백하자면 조금 느리게 살자,고 다짐했으면서도 여유를 가지지 못하고 쫓기듯 바쁘게만 살았습니다. 보고 듣고 말할 것이 너무 많아 멀미나는 세상에서 항상 깨어 살기 쉽지 않지만 맑은 마음을 지니도록, 고독해도 빛나는 노력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시인의 바램을 가슴에 품고 독자들의 마음에 가닿는 글을 쓸 수 있는, 깨어있는 필력(筆力)을 가지도록 노력하겠다던 다짐은,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보기에만 그럴싸한 연예인들의 거짓 웃음 같은, 빈 말은 아니었나 싶은 반성도 합니다.

지난 열한 달 동안 컬럼을 썼던 순간들을 돌이켜보면 뼈를 깎는 성찰이나 깊은 사색의 시간도 없이 마감시간에 맞추기만 급급한 순간들이 더 많았습니다. 가끔 제가 썼던 글들을 읽어볼 때가 있습니다. 어떤 글은 제가 썼지만 ‘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이렇게 글로 표현을 했었단 말이야? 대단(?)한걸!’ 하고 잠시나마 자화자찬을 하며 우쭐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사실 그런 글은 손가락으로 꼽기도 어려울 정도이고 대부분의 글들은 스스로 부끄러운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돌이켜보면 그런 순간의 글은 시간을 가지고 깊은 생각을 거듭한 끝에 써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같은 어리석음을 계속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제 자신이 많이 부족한 사람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조지 버나스 쇼는 ‘역사는 되풀이되는데 이를 항상 예측하지 못한다면 인간은 얼마나 경험에서 배울 줄 모르는 존재인가’ (If history repeats itself, and the unexpected always happens, how incapable must Man be of learning from experience.) 라는 탄식을 했습니다. 굳이 위안을 갖자면 과거 역사 속에서도 인간은 같은 실수와 오류를 반복하며 발전해 왔다는 사실입니다. 저도 늘 생각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실수를 하고, 부끄러운 마음으로 졸고를 보내고 후회하겠지만, 그래도 가끔 안타와 홈런을 치는 야구선수처럼 새해에는 좋은 글 써보도록 노력해 보겠다는 다짐은 하고 싶습니다.

소설가 이 외수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람을 비웃지 마라. 그는 지금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저의 반성 역시 새해에는 조금 덜 부끄러운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사실 쓰잘데 없는 변명을 굳이 덧붙이자면 제가 쓰고 싶은 주제로 마음껏 쓸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글쓰기가 편하고 소재도 다양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제 이름을 걸고 쓰는 글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제가 질 수 있는 환경이라면, 쓰고 싶은 글, 다루고 싶은 소재도 많지만 이곳은 신문사의 입장이나 작은 지역사회라는 제한과 제약이 있어 배제해야 하는 모든 부분들을 고려하다보니 늘 비슷한 소재로 글을 쓸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 주시면 글을 쓰는 제 마음도 조금 편해질 수 있겠습니다.
올 한 해 저의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윤 영초 시인의 <12월의 기도> 를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갈무리하겠습니다.
마지막이라고 말하기엔/ 너무나 아쉬운 시간/ 저 멀리 지나가 버린 기억/ 차곡차곡 쌓아 튼튼한/ 나이테를 만들게 하십시오/ 한해를 보내며/ 후회가 더 많이 있을 테지만/ 우리는 다가올 시간이/ 희망으로 있기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하십시오/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감사 안부를 띄우는/ 기도를 하게 하십시오/ 욕심을 채우려 발버둥쳤던/ 지나온 시간을 반성하며/ 잘못을 아는 시간이/ 너무 늦어 아픔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음을/ 기억하게 하십시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아는/ 우리 가슴마다/ 웃음 가득하게 하시고/ 허황된 꿈을 접어/ 겸허한 우리가 되게 하십시오/ 맑은 눈을 가지고/ 새해에 세운 계획을/ 헛되게 보내지 않게 하시고/ 우리 모두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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