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그리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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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겨울도 끝이 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 부활의 계절 4월이다.
뒷마당 화단에 봄의 전령과도 같은 수선화가 만발하고 여리디 여린 잎 사이로 봄꽃들이 꽃망울을 틔우고
있다. 개나리와 복숭아꽃도 흐드러지게 피었다. 정녕 봄은 부활과도 같다. 겨울이라는 혹독한 추위를
견디고 살아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것은 잎이 두터운 꽃이 아니라 얇디 얇은 잎을 가진 꽃 종류이니
말이다.
농부가 아니더라도 봄이 오면 왠지 분주하고 바빠진다. 며칠전, 일년 전에 사온 감나무 두 그루와 지인이
주신 3년생 대추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사오기는 일년 전에 사서 게으름 피우다가 가을에 심을 때를
놓쳐 겨우내 화분채로 들였다 내놓았다 하면서 있었던터라 새 순이 돋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던차였는데 질긴 생명력으로 다시 순을 틔우는 것을 발견하고 기쁜 마음에 얼른 심었다. 어린 시절
살았던 마당 있는 집에는 부모님이 정성껏 심고 가꾸시던 화단이 있었지만 서울 토박이인 나는 흙은
만지지도 않고 살다가 미국에 와서 집이라는 것을 가지고 보니 자연 흙을 가까이 하게 되었는데 뒤늦게
발견한 내 많고 많은 흠 중의 하나가, 살아있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거다. 생명있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흠일 것은 없으나 내 경우 뒷감당 생각 안하고 동물이건 꽃이건 예쁘면 무조건 사양 않고 얻어오고
집어오는데 있다. 그 덕에 거북이 세 마리, 셀 수 없는 열대어와 금붕어, 고양이와 새 등이 내 손을 거쳐
갔거나 운명(?)을 달리 했다. 작년에도 손바닥만한 텃밭에 오이, 고추 몇 포기씩 사기도 얻기도 해서
심었더니 야생 동물이 초토화를 시켜 버려서 올해는 아무 것도 안 심겠다고 다짐을 한터라 텃밭에다 앞서
말한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심어 버렸다.
어린 시절 부르던,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동요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일년 열두
달에서, 그중에 겨울만 빼놓으면 봄 여름 가을,이 제일 좋아요’ 라는….나도 봄이 제일 좋다. 불청객인
앨러지는 나를 괴롭게 하지만 봄은 놀라운 생명력으로 나를 경이롭게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실컷 볼
수 있게 해주기 떄문이다. 겨울의 추위를 지나는 동안에는 봄은 올 것 같지 않지만 돌아오마,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때가 되면 어김없이 찾아와 산 것들을 살아있게 만드는 봄을 보면, 신앙인이
아니더라도 하느님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해 4월은 세월호 참사가 우리 모두를 비탄과 슬픔에 빠지게 하였지만 올 4월은 우리 모두가 봄, 그
생명력에서 힘을 얻어 올 한 해를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를 고대해 본다.
그리고 서로에게 봄날같은 따스한 사람,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