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터닝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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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이나 관계에는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가 존재합니다. 가파른 산을
오를 때,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순간이 찾아오지만, 죽을
것 같이 힘든 그 고비를 넘기고 나면 변함없이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산티아고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순례길도 그렇습니다. 오늘 걷고 있는 길이
어제 걸은 길 같고, 끝없이 반복되는 끝도 없는 길에 지쳐 말을 잃고 침묵속에 지친
발걸음을 기계적으로 옮길 즈음 에야 마침내 그 길의 끝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의 일상 역시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매일의 연속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하루라는 시간 속을 들여다보면, 수없이 많은 작은 사건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히 맞물려 움직이고 있습니다. 단조로워 보이는 하루하루가
모여 마침내 ‘인생’이라는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세상 그 어떤 것에도
‘영원’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전 세계가 기록적인 폭염으로 들끓으며 끝날 것
같지 않은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정해진 때가 되면 거짓말처럼 그 기세는
꺾이고 차가운 바람이 불어올 것입니다. 최근 전세계 사람들의 투기 심리를 부추기며
주식시장을 끓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반도체 열풍 역시 서서히 한 풀 꺾이며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말이죠.

삶은 언제나 이러한 상승과 하강, 일어남과 진정됨의 반복입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옛말처럼, 인생은 끊임없이 오르고 내리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균형을
잡아갑니다. 터닝 포인트는 단순히 상황이 급변하는 극적인 순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지나친 과열을 식히고, 무너진 균형을 다시 맞추어 주는
자연스러운 삶의 순리이자 조율 과정입니다.

이러한 진리는 인간관계에서 더욱 깊고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관계에는 특정한
계기나 사건을 통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터닝 포인트가 있습니다. 때로는 그것이
인생을 흔들 만큼 엄청난 사건일 수도 있고, 때로는 무심코 지나칠 법한 작은 오해나
말 한마디, 혹은 찰나의 눈빛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건의 크기와 중요성을 떠나,
어떠한 계기를 통해 관계의 성격이 재정립되거나 자연스럽게 정리되는 순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우리는 이러한 터닝 포인트를 지나며 비로소 무언가를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새로운 공간을 비워두며, 스쳐 지나가는 시절 인연들의
관계를 담담히 정리하게 됩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모든 끝과 변화의 지점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삶의 깊이를 깨닫고 한 단계 더 성장한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터닝 포인트란, 끝남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것입니다. 터닝 포인트에 서게 될
때에야 우리 모두는 지나온 일들을 반추하며 그 일을 계기 삼아, 새로운 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든 터닝 포인트는 삶의 철학을 변화시킵니다.
여름의 절정인 8월, 무더위에 지치지만 이 또한 가을을 맞이하기 위한 자연의 터닝
포인트라 생각합니다. 더위 잡수지 않도록 건강 유념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