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작은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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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에 백합과 장미 몇 그루를 사서 놀고 있는 화단 한 구석에 심었습니다. 그리고 남은 구근은 화분에 심어 Patio에 나란히 놓았더니 색상도 화려하고 꽃내음도 진한 오리엔탈 백합들이 각기 다른 색상을 뽐내다시피 경쟁하는듯 피고지고 하며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백합이나 장미가 피고지는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인생에 대한 작은 성찰을 하게 됩니다. 줄기 끝에서 꽃봉오리가 맺히고 조금씩 부풀어올라 어느 날 만개하는 모습은 자연의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일깨워줍니다. 그 모습은 우리의 찬란했던 청춘처럼 생동감 있고 아름답기가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그 꽃들은 며칠동안 향기를 내 품으며 찬란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마음껏 뽐냅니다. 그런데 시들 때의 모습은, 윤기 나던 꽃잎은 말려들어가며 빛을 잃고 덧없이 한 장 한 장 꽃잎을 떨굴 때는 찬연히 빛났던 모습이 꿈이었던 듯 허망하고 초라하기만 합니다. 떨어져 내린 꽃잎은 지저분하게 말라가고 꽃이 달려있던 자리 역시 볼품없습니다.
잠시 우리의 인생을 대비시켜 봅니다. 우리들의 청춘에 대한 기억은, 누구를 막론하고 빛나던 시절이 있었고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았던 꿈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 것과 같은 시기의 삶을 살면서 보니, 내가 꽃잎을 떨어뜨리고 있는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도 없이 고만고만한 삶을 살며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리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더러 더러 살짝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보고 듣게 됩니다. 때가 되면 비워줘야 하는 자리를, 본인의 영원한 것인 냥 물러서지 않고, 물러서더라도 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아집을 보여주는 사람들에 대한 평들을 듣다 보면, 앞으로 살아내야 할 삶에 대한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게 됩니다. 영원히 살고자 불로장생(不老長生)을 꿈꾸었던 진시황도 죽음을 맞았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꿈꾸었던 클레오파트라도 죽음을 맞았습니다. 과거 역사속에서도 천년만년 권력을 누리고 싶어했던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들의 최후는 비참했습니다. 하물며 우리네 평범한 인생에서는 달이 차면 기우는 자연의 이치를 따라 나이 들수록 자리에 욕심 내거나 연연하지 말고, 전임으로 서의 경험을 나누어 주고 후임에게 잘한다, 고 격려해주는 여유로운 삶을 살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성경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내가 존경받을만한 사람이면 낮은 자리에 앉아 있더라도 다른 이들이 높은 자리에 모셔갈 것인데 내가 스스로 높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면 뒷담화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꽃을 보다 보니 자연의 이치가 그러합니다. 꽃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도 자태에 끌리고 향기에 끌려 사랑을 받지 않습니까? 제가 앞으로 살아갈 삶이 이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날이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열돔 현상 때문이랍니다. 열돔 현상이란 정체된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두고, 물결 모양으로 휘어지는 제트기류가 공기의 이동을 차단하여 더위가 심해지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 열돔 때문에 동부지역은 연일 40도에 육박하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파리는 폭풍우, 중국은 폭염에 수해까지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습니다. 모쪼록 더운 기온에 건강 잘 챙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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