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추억(追憶)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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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습니다. 두고두고 되새김질해도 싫증나지 않게 따뜻한 추억도 있고 생각하기만 해도 도리질이 쳐지는 기억도 있습니다. 추억(追憶)이란 단어의 사전적 뜻은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다, 인데 비슷한 뜻을 가진 회상(回想)이라는 단어에 비해 추억은 왠지 안개같이 아련하게 가슴에 스미는 따스함이 있습니다. 사람에게 반추할 만한 추억이 없다면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삭막할까요? 한 때는 친했지만 멀어진 사람들 과도 추억은 있습니다. 멀어진 사람에 대한 기억이, 설령 돌이키고 싶지 않은 나쁜 기억이라 할지라도 상처의 기억에 딱지가 앉을 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고통스러웠던 기억도 일부분은 희석되어 추억으로 저장되곤 합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놀라운 능력중의 하나죠. 심지어 인간은 자기가 기억하기 고통스러운 순간을 단기나 장기적으로 지울 수 있는 능력도 있습니다. 기억상실증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사실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도 많이 등장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건 학습이나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고 어떤 물리적인, 혹은 정신적인 충격이 가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을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들 역시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은 기억들을 한 두 가지는 가지고 삽니다. 저역시 모든 사람 모든 사건들을 기억하는 건 아니고 어떤 특별한 시대적인 변화나 사건을 둘러싼 일이나 사람들에 대한 일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제가 KBS에 몸담고 있었을 때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방송이 전국을 강타했습니다. 본관 건물을 돌아가며 도배했던 수많은 벽보들과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사연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건 애절한 표정의 사람들은 아직도 눈에 선할만큼 기억속에 선명하고 이후 이어졌던 86 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은 그 당시 방송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역사적인 사건으로 반추 됩니다. 지금은 이력서에 한 두줄의 경력으로 밖에 남아 있지 않지만 해마다 6월이 되어 이산가족 찾기 방송 몇 주년이라고 하면 그때 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던 어리버리한 제가 떠오릅니다. ‘추억이란 삶이 외로울 때, 삶에 지쳐 있을 때, 삶이 고달파질 때 잊어버리려 해도 잊을 수 없어 평생토록 꺼내 보고 또 꺼내 보는 마음속의 일기장’이라는 용 혜원 시인의 시 구절이 생각납니다. 시인의 말처럼 추억은 지나간 시간들이기에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하느님 품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제게는 너무 급작스럽게 다가온 슬픔이었고 받아들이기 힘든 비보(悲報)였습니다. 하루 종일 동생과의 일들을 추억하다가, 한 달에 한 번이라는 독자들 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졸고를 마무리하면서 용 혜원 시인의 <추억 속의 친구들> 이라는 시를 소개합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친구들은/ 언제나 그 모습으로/ 똑같이 기억되는데/ 나만 혼자 어른이/ 된 것만 같을 때가 있다/ 그 시절의 친구들은/ 언제나 즐거운 모습으로/ 그리움 속을 뛰어다니고/ 해맑은 웃음소리가/ 내 마음에 가득하다/ 어린 날의 친구들이 마구 달려온다/ 어느 날 우연히/ 거리에서 만나면/ 소꿉친구는 세파에 시달려/ 그 시절과는 너무도 달라진/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추억 속에선 언제나 그대로인/ 친구들이 오늘도 자꾸만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