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나 꽃 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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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나 꽃 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피어> 란 시의 전문(全文)이다.

필자가 즐겨 보는 프로그램 중에 <인간극장> 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총 5부작으로 구성되어 부(富)와는 상관없이 우리 주변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프로인데 , 주인공들의 공통점은 삶 속에 나름대로의 철학이 녹아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된 사람은 김 상현, 고채훈 부부로, 부제는 <그 섬엔 비밀 정원이 있다>.

전남 고흥의 작은 섬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어머니 밑에서 성장한 주인공 김 상현씨가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되어 동료 교사의 동생인 약사 부인을 만나 고향섬으로 돌아와 사는 이야기였다. 인구 2천여명의 작은 섬, 그 섬에서 5분을 또 배로 가면 만나게 되는 쑥섬 이라는 더 작은 섬에 땅을 장만해 정원을 만들어 가는 부부의 일상이 그려지는데 내가 자란 고향에 작은 힘이라도 되고 싶어 생업을 하는 틈틈이 돌밭을 고르고 꽃을 심는, 보기에는 고단한, 그러나 그들에게는 더없이 행복한 시간들이 화면을 채운다.

그들의 작은 노력으로 정원은 꼴을 갖추게 되고 쑥섬을 찾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는데, 마지막에 동료 미술 교사가 만들어준 나무 푯말과 나무 등걸 장식물에서 잊고 살았던 저 시를 보았다. 익히 아는 시(詩) 였으나 기억 속에서 떠올려본 적은 언제였던가 싶은 가물가물한 시. 음미할수록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순간들을 나 하나쯤이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사는가.
나혼자 애쓴다고 뭐가 바뀌겠어? 라는 부정적인 생각, 혹은 나하나 쯤이야..하고 자신에게 관대한 면죄부를 주는 일들이 일상에서 얼마나 빈번하게 일어나는지…

그러나 시인의 말처럼 나하나 꽃피어 풀밭이 꽃밭되지는 않지만 내가 꽃피고 너또한 꽃을 피우면 꽃밭이 되는 것이다. 나혼자 사랑하면 외사랑이고 짝사랑이지만 너와 나, 그리고 우리가 사랑을 나누면 세상은 사랑밭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 화재에서 다른 사람들을 구하고 자신은 유독가스에 질식되어 죽은 28살의 젊은 의인이 세상에 남긴 사랑의 향기처럼 , 사랑은 머물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로 퍼져 나간다.

가을이 오고 있다. 내가 물들고 네가 물들어 온 산을 불타게 하는 단풍처럼 내가 먼저 사랑을 전하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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