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소.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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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을 아시나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준말인 소.확.행.은 현재를 즐기자,는 뜻의 욜로와 더불어 몇 년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신조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코비드19으로 인한 팬데믹을 살아가고 있는 독자 여러분들의 소.확.행.은 무엇인가요? 저는 지난호에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다육이를 기르는 것이 저의 소확행입니다. 다육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정보의 바다인 인터넷을 뒤지고 뒤져 제가 가지고 있는 다육이의 이름을 찾고 이름표를 만들어 꽂아줄 때의 작은 기쁨은 저의 아드레날린을 샘솟게 합니다. 덕분에 얼마전까지는 관심도 없었던 다육이에 대한 지식도 늘고 비례해서 다육이의 종류와 갯수도 늘었습니다. 이제는 꾸며봐야 외출할 곳도 마땅치 않다보니 저를 꾸미는데 필요한 모든 관심이 다육이로 옮겨간 것이죠.^^

팬데믹으로 인해 비지니스 시간이 조정되고 재택 근무가 일반화되어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취미들을 갖게된 사람들이 주변에도 많습니다. 외식보다 집에서 먹다보니 요리 솜씨가 늘었다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리게 된 지인들도 여럿 있습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다보니 집 안팎을 꾸미고 수리하는 사람들로 인해 Lowe’s나 Home Depot 같은 상점은 늘 사람들로 넘쳐납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 다 나쁜 일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을 겪지 않았다면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소질들을 결코 발견하지 못했을테니까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우리는 아마도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가지 못할 것 같습니다. 바이러스는 어떤 형태로는 우리의 삶을 지배할 것이고 이전부터 익숙해진 우리의 많은 것들을 바꿀테니까요. 우리의 삶은 변화되고 익숙한 일상들은 바뀔테지만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을 살아내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들은 추억으로 남아 ‘그때는 말이야 ~’라는 말로 반추되어질테지요. 스쳐가는 봄바람일 줄 알았던 바이러스가 가을이 깊어가는데도 수그러지지 않아 고즈넉하게 익어가는 가을의 냄새조차 맡지 못하게 합니다. 어떤 시상(時相)이나 감상도 허용하지 않을 것 같은 메마름만이 가득한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가을, 가을이니 가을 시 한 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뇌성마비 시인 김 준엽씨의 시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입니다.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자신 있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하여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가족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가족의 좋은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 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에게 순종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나는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내 마음 밭에서/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