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새로운 시작
2021년 신축년(辛丑年)도 저물고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해는 흑 호(黑虎) 즉, ‘검은 호랑이의 해’라는 데요, 독자 여러분들 가정에 용맹한 호랑이의 기운으로 모든 악재(惡材)는 물러가고 좋은 일 들로만 열매 맺는 한 해 맞으시 길 기원하겠습니다.
요즘엔 이런저런 책들을 많이 뒤적여 보는 편입니다. 조금은 까다로운 식성과 달리 독서 취향은 잡식성(?)에 가까운데 한껏 멋을 부린 내용보다는 수수하면서도 소박한 문체나 필력으로 쓰여 쉽게 읽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저는 철저하게 문과(文科) 머리라 어렵게 접근하는 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독서 취향처럼 저의 글 쓰는 스타일도 비슷해서 제 컬럼을 읽으시는 분들의 공통적인 평이 ‘편안하게 쉽게 읽혀서 좋다’입니다. 저는 독자 여러분들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나 사람들 과의 관계를 통해 교감을 나누고 싶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주제나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습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이해를 하려고 하지 말고, 상대방이 오해를 하고 있다면 오해를 풀려고 하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두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는데 저는 이 내용을 읽는 순간, 누군가가 저에게 충고의 말을 건네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도 입버릇처럼 하는 말 중의 하나가 ‘아, 정말 이해가 안 가네’ 입니다. 인간관계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단칼에 손절하기보다는 어떻게 해 서든지 이해를 해서 관계 개선을 해보려고 하다 보니 예를 든 장탄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성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가 안 가는 사람을 이해하려는 쓰잘데 없는 노력을 하면서 힘들게 느껴졌던 순간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면 어떻게 해 서든지 그 오해를 풀어보려는 노력도 했고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서요. 그런데 진실은, 그리고 현실은 내 노력과는 무관하게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오해라는 것은 풀려고 할 수록 풀리기보다는 꼬이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해가 안 가는 그 사람은 원래 나하고 맞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그런 사람을 이해하려고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준 것은 사실은 어리석은 짓이었습니다. 상대방을 제 기준으로 봤기 때문에 이해가 안 가는 것이지, 상대방은 본디 그런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해가 안 가는’ 일이나 사람은, 굳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흘려 보내면 되는 것입니다. 억지로 맞추어서 끌고 가는 것은 좋은 인연이 아닌 것인게지요. 그런데 일이나 생각은 중간에서 멈추기도 쉬운데 인간관계는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요.
폭넓은 대인관계가 제 성격이 좋아서,라는 착각을 하면서 살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기중에는 제 인맥을 이용하려는 계산적인 사람도 있었고 한없이 이기적인 사람도 있었으며 나를 나 답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사람 보는 혜안(慧眼)이 부족했던 탓에 인간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만 우려했지, 누가 진정으로 내 곁에 있을 사람인지를 몰랐었습니다. 저만 그런 지도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드는 생각이, 느는 건 나이, 라는 숫자이고 줄어드는 것은 웃음과 말수, 그리고 만나는 사람의 숫자 같습니다. 예전의 제가 누구라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친구의 정의(定義)가 좁아지고 깊어진 듯싶습니다. 새해에는 밭을 일구는 농부의 마음으로 마음 밭에 씨를 뿌려보고 싶습니다. 아.무.나.가 아닌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관계로 추수하기를 소망하며…지인이 보내온 내용인데 좋은 내용이라 공유하며 글을 맺음 하고자 합니다.
몸만 안으면 포옹이지만 마음까지 안으면 포용이다. 행복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다. 참 사랑은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하는 것이다. 젊음을 이기는 화장품도 없고 세월을 이기는 약도 없다.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당신뿐이다. 마음의 비밀번호는 오직 당신만 알기에 심지가 없으면 불을 밝힐 수 없고 의지가 없으면 삶을 밝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