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라떼(?)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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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장거리 운전을 지겨워하지만 저는 운전하는 시간을 즐기는 편입니다. 다른 공간에서의 시간은 여러가지 생각과 소음으로 생각에 몰두하기가 어렵지만 운전하는 순간만은 오롯이 저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무 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저만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고, 듣고 싶은 방송을 들으며 귀에 들어오는 정보를 저만의 방식으로 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적을 수 없어 아쉬울 때도 많지만 어쨌든 전 운전하는 시간을 좋아합니다. 엊그제도 10시간 정도 운전을 하면서 한국의 뉴스를 청취하다가 평소 제가 궁금해하기도 했고 우려하기도 했던 이슈가 방송되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지난 달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우리가 과거에 공상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세상입니다.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시스템들이 일상화되고, 자율주행 승용차가 도로를 달리며, 물건값을 지불한 때도 안면인식 혹은 지문으로 결제하고 식당에서도 로봇이 서빙을 합니다. 우리가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더이상 휴대폰이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가 된지 오래입니다. 저는 휴대폰 1세대입니다. 벽돌 크기만한 파나소닉 휴대폰부터 시작해 구글을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를 쓰기 시작해 최신형 휴대폰은 다 써보고 있는 얼리 어답터입니다. 그런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어플을 다운받으면서 가진 불만은 사용할수록 불안을 수반했습니다. 왜 개인정보 수집에 내가 동의를 해야 하지? 이렇게 수집된 정보는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등등

2022년 한국의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구글과 메타에 1000억 47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이 처분 결과는 개인정보보호법 관련 역대 최대 과징금이며 글로벌 IT 기업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과 관련된 최초 제재였습니다.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자사 수익을 위한 광고에도 활용한 게 심각한 범법 행위라는 게 우리 정부 판단이었습니다. 저도 그들이 수집한 정보를 판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어떤 방법으로 팔아서 어떻게 돈을 벌까, 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습니다. 다만 어떤 정보를 검색하거나 어떤 유형의 유튜브를 보면 관련 광고가 화면 하단에 팝업 되는 것을 보면서 신 박한 기능이라 고만 생각을 해왔는데 뉴스를 들으면서 궁금증이 해소되었습니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플레이 스토어에 어플을 올린 개발자들은 우리가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해야만 필요한 앱을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구글은 그렇게 수집된 정보를 인터넷 상에서 기업에게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기업들은 그 정보를 기반으로 우리의 행태정보 즉, 우리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우리가 어떤 구매 계획이 있는지를 파악해 맞춤형 광고를 만들어 노출시키는 것입니다. 최근 저도 제가 검색한 상품에 대한 정보까지 제공하는 이메일을 받고 놀랐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는 구글이 저의 행태정보를 수집해 광고를 보여주는 것이고 구글은 이를 통해 수익을 얻어가는 구조입니다.
구글 메타 입장에서는 1000조원을 돌파하는 디지털 광고 시장이 미래 먹거리인 셈입니다. 이 수익을 위해 이용자 행태정보를 분석해 이용자가 광고를 보도록 유도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행태정보를 이용자 몰래 전방위로 수집해 광고에 활용하려는 글로벌 IT 기업의 욕망은 사회적 논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2020년 6월에 메타가 페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것을 ‘이용자 선택권을 제한한 착취 행위’라며 경쟁법 위반 판결을 내렸고,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는 구글과 메타가 인터넷 쿠키 거부 설정을 복잡하게 만들어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설정 변경을 어렵게 했다며 구글과 메타에 엄청난 과징금을 부과했습니다.
제가 검색하는 정보는 가족들 몰래 할 수는 있지만 제가 클릭한 모든 것을 나보다 더 잘 아는 존재가 생기는 것입니다. 조지 오웰이 소설에서 인용한 세상이 도래한 것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익히 알던 ‘라떼는 말이야’(나 때는 말이야)는 그야말로 선사시대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살아갈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요? 기대되면서도 두려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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