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수상] 팬데믹 (Pandem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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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19으로 인해 일상의 많은 부분들이 달라졌습니다. 월간이지만 늘 발행되던 신문이 휴간을 하게 되고, 가족들과 또는 친구와 함께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는, 혹은 가족들의 식탁을 위해 그로서리샤핑을 하는 등 너무 평범해서 소중한 줄도 몰랐던 우리네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직장에서 마주치던 동료들과 사업장에서 마주치던 손님들을 더이상 만나지 못하게 되고,  일요일이면 교회 공동체에서 교우들과 함께 미사나 예배를 보고 친교를 나누는 간단한 의식들이 강제적으로 중지되면서 사람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더랬습니다. 어쩌면 앞으로 살아내야할 우리네 삶은 팬데믹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너무나도 귀에 익은 팬데믹,이라는 단어는 범유행전염병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그리스어 ‘판데모스(pándēmos)’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는 ‘아우르다’는 뜻의 접두사 ‘pan-‘과 ‘사람’이라는 뜻의 어근 ‘dêm’, 그리고 형용사격 접미사 ‘-os’가 결합한 말로 ‘인류 공통’이라는 뜻인데 이것이 라틴어 ‘판데무스(pandēmus)’로 수입된 후 다시 17세기 영국에서 ‘pandemic’이라는 영어식 어휘로 변하여 특히 질병의 대유행을 의미하는 뜻으로 오늘날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데 사실 제가 아는 역사적인 팬데믹은 중세, 그러니까14세기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은 페스트, 즉 흑사병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다른 분들도 그러시겠지만 저 역시 살아 생전 팬데믹으로 인한 공포 앞에 직면하게 될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특별하지 않았던 일상이 특별한 것이 되고 물 흘러가듯 자연스러웠던 일상이 그리움으로 가슴에 남게되는 시간들이 이어지면서 우리는 소중한 것에 대한 가치관이 바뀐 것 같습니다. 휴지대란이 일어나고 매장에서 생필품이 사라지는 현상이 일어나고 마스크를 어디서 사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면서 사람들은 깨달았답니다. 팬데믹 같은 위급한 상황이 닥쳤을 때 생존에 필요한 것은 보석이나 명품 가방이 아니라 빵, 우유, 휴지 같은 생필품이라는 것을요.

저 역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내가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지키고 유지하려고 애썼던 것들 중에 많은 것들이 어쩌면 신기루같은 것이었다는 것, 우리 모두가 이룩한 첨단 문명도 한낱 바이러스 앞에서는 무용지물 일뿐더러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본능에 사람들이 발빠르게 움직인다는 당연한 원리의 재확인같은 거죠.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듯이 마치도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성어처럼 다 좋은 일도 다 나쁜 일도 없는듯 합니다. 팬데믹은 저로 하여금 바느질을 배우게 했습니다. 재봉틀은 있으되 실 꿰는 법도 모르던 제가 마스크를 만들어 나눔을 하게 했고 Stay at home 오더가 떨어지자 마자 준비했던 헤어 클리퍼로 가족들과 주위 사람들 헤어컷 까지 해주었습니다. 관심을 가져 본적도 없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로 다가오니 유튜브를 검색하게 되고 실수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제대로 된 뭔가를 만들게 되는 성취감을 맛보았다고나 할까요. 남들은 웃을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보여지는 것도 내면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제가 거의 5개월동안 미용실을 못 갔는데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개인적으로는 컬럼버스의 발견 못잖은 성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바이러스 때문에 올해는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이 바뀌어  어느덧 초여름의 문턱에 서있습니다. 아직도 팬데믹은 끝날 기미가 안 보이고 경제 전망도 어둡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망했지만 역사는 이어져 오늘에 이르렀듯이 암울한 현실도 곧 마감되리라 믿습니다.

애독자 여러분, 일상에서의 안전수칙 잘 지키시고 건강 유지하시길 바랍니다.

황명숙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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