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본향/ 이상현 목사 (랄리한인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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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
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
비하셨느니라. (히브리서 11:16)
나의 살던 고향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고향의 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이 노래를 부르
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고 꽃피는 산골, 파란 들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산골이 고향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비록 우리의 고향이 노래 속에 가사처럼
꽃피는 산골이 아닌 아파트와 빌딩 숲이라 해도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지내던 때를
생각하면 향수가 느껴지고 마음이 푸근합니다. 결국 고향은 우리 마음에 있는 기억입
니다.
이러한 마음속의 고향이 인생이 힘들 때 힘이 됩니다. 룻기에 보면 이스라엘 동쪽 모
압 땅으로 이민 갔던 나오미가 타지에서 남편과 아들 둘을 잃고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돌아갑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절망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됩니다.
그러나 마음속의 고향은 어디까지나 심리적인 위로가 될 뿐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간다
해도 옛 모습이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고향의 봄’에 나오는 ‘꽃 피는 산골’
은 이원상 시인의 어릴 적 고향으로서 경상남도 창원입니다. 그러나 그의 고향 창원도
이제는 인구 백만이 넘는 경상남도 최대 도시가 되어 아파트와 빌딩이 가득하고 대규
모 기계공업단지가 들어서 있습니다.

더 낳은 본향
비록 세상의 고향은 시간이 지나면 변하고 기억 속에서 사라질지라도 우리에게는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서 한 성을 예배 두신다는 말씀인데 요한복음
14장에 보면 이 말씀은 하나님이 우리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서 사용하신 추상적인 표
현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 말라 하나님을 믿으니 또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일렀으리라 내가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러
가노니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 (요한복음 14:1-3)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아버지 집에는 우리가 거할 곳이 많다고 하시며 우리가 있을 거
처를 예비해 놓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 집에 우리가 거할 곳이 있음
을 확신하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위에 본문에는 고향이란 단어대신 헬라어 원어의 의미를 살려 본향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본향은 ‘파트리스(patris)’란 헬라어에서 번역한 단어로서 아버지란 뜻
인 ‘파텔’이란 헬라어와 연관이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본향은 아버지가 계신 곳
또는 아버지의 품이 됩니다.

본향을 사모하는 마음
성경에는 더 나은 본향인 아버지 집을 사모하며 살았던 신앙인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
다. 비록 세상에서는 외국인과 나그네로 살았고 약속을 받지 못하고 죽었지만 이들은
모두 죽은 자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는 어리석어 보일 수 있어도 하나님은 이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으시고 더 나은 본향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십니다. 이러한 신앙을 부활신앙이라고 한다.
부활신앙으로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게 될 때 마음에 평안이 임하게 됩니다. 사육신
중에 한 사람이었던 성삼문은 죽기 전에 이런 시를 읊었습니다.

북은 울려 이내 목숨 재촉인데
돌아보니 해는 서산에 빗겼구나
황천길엔 주막 하나 없다 하거늘
오늘 밤 이 나그네 뉘 집에 쉬어 갈꼬

죽음에는 용감했던 성삼문이었지만 죽음 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어 보여 딱한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서 우리에게 더 나은 본향을 확신하
게 도와 주시고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해 주십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이 말씀하시고
약속하신 우리 안에 임하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나이까 묻거늘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
시되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
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 (누가복음 17:20-21)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는 기대와 기쁨이 어려운 인생의 여정 가운데 우리가 누리는 마
음의 평안이 됩니다. 더 나은 본향을 바라보며 마음의 평안을 누리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는 복된 하루 하루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