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숙 수상] 새해 새날

0
175

덧없었던 한 해가 가고 2023 계묘년(癸卯年)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오늘도 지난 해와 똑같은 태양이 뜨고, 스치듯 머물다 간 시간도 똑같건만 새해 첫날 마주하는 태양은 어제의 그 태양이 아닌 것 같고 눈을 뜨며 마중하는 공기도 왠지 다른 것 같은 느낌 적인 느낌으로 우리는 첫날을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가졌던 새해에 대한 다짐이나 설레 임은 사라졌을지라도, 누구나 겨자씨만 한 희망은 품게 됩니다. 나이에 비례하는 소박함으로 가득 채워진 기도도 하게 됩니다. 허황되거나 거창한 계획은 사그라지고 그저 가족들 모두 건강하게 지내게 해달라고 소탈한 마음으로 기원하게 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 도착한 만화 카톡을 보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게 되어 함께 공유합니다. 과거의 우리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책이나 신문을 봤지만 지금은 모두 핸드폰만 쳐다봅니다. 과거의 아이들은 연을 날리며 놀았지만 지금은 드론을 날리며 놉니다. 과거에는 유선 전화를 통해 안부를 물으며 서로 하나가 될 수 있었다면 지금은 스마트폰이 가족 간의 대화를 단절하고 벽을 만듭니다. 과거의 엄마들은 밖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집안으로 불러들이기 바빴지만 지금은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든 밖으로 몰아내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아이들이 선생님들에게 선물을 주었지만 지금은 총을 들이댑니다.

제가 만화를 보면서 느꼈던 웃픈(웃기지만 슬픈)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엔 쉽지는 않지만 정말 세상은 많이 변화했습니다. 좋은 것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것들도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어느 곳을 가도 대화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보기 힘듭니다. 잠깐이라도 대화에 공백이 생기거나 내게 관심있는 주제가 아니면 휴대폰을 먼저 들여다봅니다. 예전에는 친구나 지인에게 얻을 정보를 클릭 몇 번으로 기계를 통해 습득하다 보니 사람 간의 대화가 줄어들고 타인에게 쏟는 에너지가 부질없다 생각해서 집콕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예외는 아니어서 예전에는 제게 상처를 주거나 이해하지 못할 언행으로 사람을 힘들게 해도 좋은 게 좋다,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많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말을 여과없이 하거나 본인만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과의 만남은 자제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는 인맥(?)도 대충 정리했습니다. 살아가는데 많은 물건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인간관계도 어느 정도의 미니멀리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은 까닭이지요.

어제는 지나다 무심코 본 화단에 초록 빛으로 돋아난 잡초들을 보며 강추위에 살아남은 생명력에 경탄을 했습니다. 우리가 맞이한 현실도, 팬데믹의 영향으로 모든 경제지표가 바닥을 가리키고 있고 2023년은 높은 실업률과 함께 리세션이 온다는 전망과 함께 환경으로 인한 이상기후 변화 등 뉴스를 보다 보면 낙관적인 소식은 희박하고 전세계적으로 빨간 불이 켜진 듯한 느낌이지만 Hoc Quoque Transibit 이 또한 지나갈 것입니다. 어느 시인의 시구처럼 새해는 우리 마음속에 뿌려진 365개의 씨앗을 품고 살아가는 나날입니다. 어떤 싹을 틔우고 어떤 꽃을 피우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우리한테 달려 있겠죠. 제 안에 품은 씨앗들을 어떤 마음으로 키워낼 지 하루하루 생각하며 잘 살아야겠습니다. 잘 키워낸 것들을 라떼의 향기처럼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며 살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올 한 해도 건강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