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 벌새 (Humming 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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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집 Patio는 제가 기르는 화초(대부분이 다육이지만)들이 가득한 저만의 힐링
공간입니다. 최근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벌새(Humming Bird)를 보는 재미에
빠져 어느 날인가는 동영상 한 번 찍어 보겠다고 1시간 반을 쪼그리고 앉아 기다린
적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끝없는 기다림도 감수하는
사진작가나 사냥감을 기다리는 사냥꾼의 심정을 이해했습니다. 사실 벌새는 아주
작은 몸집의 귀여운 새로, 초당 약 60회, 분당 3600회라는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퍼덕이기 때문에 날고 있는 소리를 들으면 다른 새처럼 푸드득대는 소리가 아니라
벌처럼 ‘부우우웅~’소리가 납니다.

제가 벌새 이야기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제가 깨달은 사실 한 가지를 공유하고
싶어서입니다. 물론 제 패티오에는 벌새의 먹이인 설탕물이 담겨 있는 Feeder 가
있습니다. 벌새는 자연에서 피는 꽃의 꿀을 먹어야 하는데 어찌 보면 인공적인
단맛으로 먹이를 제공하는 거라 그닥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벌새는
엄청나게 빠른 날개 짓 때문에 무려 14,000칼로리를 소모한다고 합니다. 또한 빠른
신진대사를 위해 심장이 분당 600회에서 최대 1000회에 이르도록 뛰는데 그
초월적인 에너지 소모량을 감당하기 위하여 주로 고열량의 곤충이나 꿀을 먹는데
그것도 모자라기 때문에 10분마다 계속해서 꿀을 마셔야 한다고 하네요. 어떤 종의
경우 단 두 시간만 굶어도 바로 목숨이 위험한 수준. 그래서 매일 과즙을 자기
체중보다 더 많이 먹는데,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햄버거 90~100kg을 먹는 수준으로
체중 대비 많은 음식을 먹는 동물 1위라고 합니다. 또한 단순히 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빨리 날갯짓을 위해선 그만큼 빠른 신진대사가 필요하기에, 날고 있지
않는다고 해서 에너지가 보존되지 않고 심지어 자는 동안에 굶어 죽을 수 있어서
벌새가 잠을 잘 때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거의 가사상태에 이른다고, 이
때는 심장박동이 분당 50회 정도로 떨어지며, 체온 또한 섭씨 10도 이하 정도로
급감한다고 하네요. 어쨌든 세상에서 가장 작은 새인 벌새는 이런 생태 습성을
가지고 생존해야 하는데 말씀드렸다 시피 제 패티오에는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어
있습니다. 화려한 모습의 부겐베리아도 있고 흔하지만 예쁜 제라늄도 있습니다. 그런
가하면 꽃 모양이 작은 꽃기린과 그보다 더 작은 다육이꽃도 있습니다. 그런데 꽃도
크고 화려한 부겐베리아는 화분이 두 개라 꽃이 늘 만발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벌새가
그 근처에는 가지 않고 꽃도 작고 소담스럽지도 않은 꽃기린이나 다육이꽃에서 꿀을
빨아먹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꽃이라고 다 꿀이 있는 것은
아니구나, 화려하고 풍성하다고 꿀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라는 어쩌면 당연한
깨달음. 꽃이라고 꿀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듯 우리들도 나이 먹었다고 저절로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고, 나이가 우리를 현명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주변에 참어른이 없다,고 말하지만 문득 내가
서있는 자리를 내려다보니 나를 어른이라고 보는 세대들이 주위에 있는 나이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어느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청포도가 익어가는 7월, 신문이 발행될
며칠 뒤면 8월이니 계절은 여름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가을을 수확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알찬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여름을 잘 나야 하는 것이
이치입니다. 지금 제 나이는 중년이라고 우기기는 조금 뻔뻔(?)스럽고 노년은 아직
먼듯한 낀 세대인데, 어찌 보면 결실의 계절이 다가오는 지금의 계절과도 같은
듯합니다. 자알 살아야 하겠습니다. 벌새가 찾아 들만한 꿀을 품은 꽃처럼, 우리가 간
길을 밟으며 따라올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대가 되려면… 몸길이가 10 cm도
되지 않는 벌새에게 오늘 인생을 배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