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사는 사람 vs 과거를 사는 사람
장일영 노년내과 의사는 진료실은 사람들의 노화 과정과 생각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매일 수십 명 노인 환자들을 마주하다 보면, 그는 환자들이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한다.
첫 번째 부류는 내년을 준비하는 분이다. 90살이 넘으셨고 여러 대학병원에서 어려운 고비도
넘기셨지만, 진료실에 오셔서는 언제나 유쾌하시다. “올해도 손주네랑 여행가기로 했어 약
좀 길게 줘~” “내년 봄에도 과수원 해야 하니 잘 챙겨줘~”, 이분의 머릿속 시계는 늘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진료에서 주요 문제인 무릎 통증은 내년 계획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이다.
두 번째 부류는 체념을 주문처럼 외우는 분이다. 진료실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미 얼굴에
어둠이 깔려 있다. 현재 관리 결과 양호하니 걱정은 좀 더셔도 된다는 설명을 드리면, 오히려
한숨을 내쉬며 말씀하신다. “이 나이에 병 고쳐서 뭐 하겠어. 그냥 살다 빨리 가야지…”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은 의학적 검사 결과가 나쁘지 않아도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약을
처방해도 효과가 더디고, 재활을 권해도 몸이 따라오지 않는다.
'수긍'과 '체념' 의 한 끗 차이가 인생 후반전을 가른다. “이 나이에 뭘” 체념 한마디에 뇌가
늙는다.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