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진실(眞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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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로마에 가면 중심부에 코스메딘 산타마리아델라 교회가 있다고 합니다. 이 곳이 유명한 이유는 입구의 벽면에 있는 대리석 가면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 가면은 진실을 심판하는 것으로 전해지는 얼굴 조각상으로 거짓말을 한 사람이 입 안에 손을 집어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가면은 얼굴 앞면을 둥글게 새긴 대리석 조각으로, 지름은 1.5m 정도라고 하는데 기원은 알려져 있지 않고, 강의 신 홀르비오의 얼굴을 조각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가축시장에서 도축한 가축의 피를 흘려보내는 하수도 뚜껑의 용도로 사용되었다고도 하는데, 역사적으로 증명된 사실은 아닌 듯합니다. 이 조각상이 진실과 거짓을 심판하는 ‘진실의 입’으로 불리기 시작한 것은 훨씬 후대의 일로 중세 때부터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사람을 심문할 때 심문을 받는 사람의 손을 입 안에 넣고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릴 것을 서약하게 한 데서 ‘진실의 입’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약 진실을 말하더라도 심문자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리 진실의 입 뒤편에 대기한 사람이 손을 자르도록 명령이 내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진실의 입이 있는 보카 델라 베리타 광장의 ‘보카’는 ‘입’, ‘베리타’는 ‘진실’을 뜻하는 것으로 미루어, 광장 이름도 진실의 입에서 유래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를 돌아보는 글로 시작해야할 이 즈음의 글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 텐데 사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이 진부하기도 하고 국내외 정세나 세계적인 경제 흐름이 심상치 않다 보니 평온한척 영혼 없는 표현들을 나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나 현재 제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진실에 대한 의혹 그리고 다수의 이익은 외면한 채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려는 이해 집단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공동의 이익, 공동의 선(善)을 추구해야 하는 정치인 혹은 종교인들이 다수의 의견은 무시하고 힘이나 권력을 이용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려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미국은 집권 여당과 야당이 힘겨루기를 하긴 하지만 민주주의의 발판 위에서 Fair Play를 합니다. 적어도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거나 국민들의 삶을 볼모로 정쟁(政爭)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정치란 무엇이고 종교란 무엇입니까? ‘정치'(政治)에서 ‘정'(政)은 바르다의 ‘正'(정)과 일을 하다 또는 회초리로 치다의 의미인 攵이 합쳐서 이루어진 말 아니겠습니까? 또한 종교인들은 하느님의 말씀인 복음에 근거하여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며 돈을 좇지 않는 청빈한 삶을 살기로 약속한 사람들이 아닙니까? 종교나 종파는 다르지만 우리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성철 스님이나 법정 스님, 김 수환 추기경님 그리고 한 경직 목사님 같은 분들의 족적(足跡)을 좇는 종교인들이 그리운 이즈음입니다. 역사적으로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의 삶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누군가는 그 길을 갔기 때문에 뒤에 오는 사람들은 편안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삶이 그러했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근간(根幹)이 무엇이고 종교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에 대해 성찰하는 정치인, 종교인들이
많아지기를 예수님이 오신 12월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