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명숙 수상]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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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지 않은 말이기도 한 말이 ‘당연한 것은 없다’ 입니다. 우리는 많은
것에 대가를 지불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형체가 없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당연히 누리는 자연, 누군가의 희생과 봉사로
얻어지는 편리함, 누군가의 대가 없는 사랑과 헌신으로 누리게 되는 풍요로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입니다.

부모님들로부터 받은 많은 것들이 자식으로서 받아야 하는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낳아 기르다 보니 내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그분들의 사랑과 희생으로 가능했던 것들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를 닮아 입이 짧은 편이라
반찬 투정을 많이 한 편이어서 엄마는 늘 말씀하셨습니다. 젊어서는 입맛 까다로운 남편
때문에 고생했는데 나이들 어서는 입 짧은 딸 때문에 시집살이 한다고. 그래도 저는
엄마니까 당연히 맛있는 반찬을 해줘야 한다는 권리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엌에서의 일은 넣기만 하면 빨래가 되어 나오는 세탁기가
아니라 하나에서 열까지 주부의 손이 가지 않으면 안 되는 노동집약의 끝판 왕과도 같은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씻고 다듬고 간을 맞추는 모든 과정들에 자동화 시스템은 없이 전부
수작업으로 행해져야 한 가지의 반찬이 만들어집니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의 일도
그렇습니다. 누군가는 일찍 와서 봉사를 해야 예배나 미사 혹은 친교나 행사 등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무리됩니다. 공동체 안에서 어떤 봉사를 하게 되면 지칠 때가
많습니다. 혹자는 주님을 섬기는 마음으로 기꺼이 봉사를 하는데 일도 안 하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거나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평을 하면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은 맥이 빠지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듭니다. 이런 현상 역시
누군가의 봉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요즘 전세계가 기상이후 때문에 이변을 겪고 있습니다. 그것 역시 거저 누리고 있는 자연의
고마움을 잊고 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자정능력(自淨能力)을 상실한 지구가 몸살을
앓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은 자신과 관련된 일에는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인과응보를 잘 따지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막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호의가
호구를 만든다’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호의로 잘 대해주면 상대방은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받아들이고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세태를 반영한 말입니다.

세상에는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알몸으로 태어났음에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것들을 소유하고 살 수 있었던 것은 무언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우리들은 엄마니까, 아빠니까 혹은 남편이니까, 자식이니까, 교우니까,
목회자니까, 신자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늘 곁에 있는 대상이나 일상에 대해 너무 익숙해져서 고마움보다 당연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지만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저 역시 노력하겠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을 되새겨보고
감사노트를 작성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