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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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TV에서 이라는 프로를 시청한 적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3일 동안 한곳을 집중 취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내가 본 곳은 경북 김천의료원에서 시범적으로 운영중이라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병동이었다. 포괄간호서비스는 의료진과 환자 중심의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간호 인력이 직접 간호서비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누구나 몸이 아프면 괜히 서글프고 서러워진다.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외롭기까지 하다. 24시간 환자 곁에서 돌볼 수 없는 보호자들도 복잡하고 미안한 심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 병원에서는 환자를 돌보는 것은 물론 보호자 역할까지 해준다. 간호사가 직접 보호자가 되어 수발까지 모두 책임지는 것이다. 참 좋은 의료 시스템이라고 감탄하며 보긴 했지만 프로그램 소개를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가슴에 팍하고 꽂히는 마지막 장면의 멘트 때문이다.
“하루라는 의미는 희망인 것 같아요. 이곳엔 하루에 대해서 희망을 갖고 사는 분들이 많아요. 오늘 하루 밥을 먹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이런 것들에 대해 고마워하고 행복해 하는… 하루는
희망인 것 같아요.” 환자를 돌보는 수간호사가 한 말이다.

<하루라…상자를 여니 하루 분량의 시간과 각자에게 알맞은 달란트와 움직일 수 있는 건강이 들어있다. 신기한 것이 매일 아침 배달되어지는 이 선물들은 성경의 오병이어(五餠二漁)바구니처럼 축복과 감사로 쓰면 자꾸만 내용물이 생겨나고 가나안 혼인잔치의 물항아리처럼순종과 섬김으로 사용하면 더 좋은 재질로 변한다는 것. 어떤 이는 창조적으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이들은 이 선물을 시들시들 말려버린다……살아있는 동안 이 선물상자는 계속 배달된다. 영원으로부터 와서 매일 단 한번씩 주어지는 이 귀한 선물 그대는 ‘하루’라는 이 선물을 어떻게 쓰고 계십니까?
우리에게 주어졌던 하루 또 하루가 쌓이고 쌓인 일 년이 지나고 새해가 되었다. 그리고 또 우리는 하루라는 선물을 매일매일 배달받고 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에게 오늘 주어지는
하루는 얼마나 감사한 것이며 내일 주어질 하루는 또 얼마나 큰 희망일 것인가.

세모(歲暮)에 90 노모가 치매라는 판정을 받았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치매에 걸려도 엄마는 안 걸리실 줄 알았다. 평생을 소식(小食)하며 책과 신문 속에서 읽는 것을 낙으로
삼으며 살아오신 분이셨기 때문이다. 아직도 보청기를 끼지 않고서도 통화가 가능하고 목소리도 쩌렁하셔서 엄마 연세가 90이라는 것도 잊을 정도였는데 뇌세포는 잊지 않은 것 같다. 통화를
하면서도 믿기지 않는 전화상의 정정함과 치매,사이의 간극(間隙)은 또 얼마나 크던지…
을미년(乙未年) 새해가 밝았다. 올 한 해를 채우게 될 하루하루가 모두에게 희망찬 시간들로 채워졌으면 좋겠다. 내게는 넘치도록 주어진 하루하루의 나날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간절히 소망하는 하루일 수도 있으므로….